B형간염을 끊을 수 있을까 — bepirovirsen B-Well phase 3 (NEJM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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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험 모두 위약군에서는 functional cure에 도달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전체에서는 20% 안팎이었지만, 치료 시작 시점의 HBsAg가 낮은 환자에서 반응이 더 좋아 1,000 IU/mL 이하 군에서는 25~28%까지 올라갔습니다.
왜 이 결과가 큰 의미인가
B형간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만성 간 질환 원인입니다. 테노포비어(비리어드·베믈리디)나 엔테카비어(바라크루드) 같은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잘 억제할 수 있지만, 약을 끊으면 대부분 다시 활동성으로 돌아옵니다. 바이러스의 본체 DNA(cccDNA)가 간세포 핵 안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지금의 치료는 "완치"가 아니라 "평생 억제"에 가깝습니다. 외래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약 언제까지 먹어야 하느냐"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functional cure, 우리말로 기능적 완치는 이 전제를 바꾸려는 목표입니다. cccDNA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HBsAg(B형간염 표면항원)가 사라지고 바이러스 DNA가 억제된 상태가 약을 끊은 뒤에도 유지되면, 임상적으로는 바이러스를 통제한 것으로 봅니다. C형간염이 먹는 약으로 완치되는 시대가 열린 것처럼, B형간염에서도 "약을 끊는다"가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느냐가 지난 10년간 이 분야의 가장 큰 화두였습니다. 이번 bepirovirsen 자료는 그 질문에 처음으로 phase 3 규모의 답을 내놓은 셈입니다.
시험에서 무엇이 보였나
bepirovirsen은 antisense oligonucleotide(ASO)라는 종류의 약입니다. HBV가 만들어내는 RNA에 달라붙어 분해를 유도하고, 그 결과 HBsAg를 비롯한 바이러스 단백 생산을 막습니다. siRNA 계열과 표적은 비슷하지만 작동 방식과 화학 구조가 다른, 별개의 분자죠.
B-Well 1과 B-Well 2는 똑같이 설계한 두 개의 phase 3 시험으로, 29개국에서 1,834명이 참여했습니다. 대상은 항바이러스제를 안정적으로 복용 중이고 간경변이 없는 만성 B형간염 환자였고, 치료 시작 시점의 HBsAg가 100~3,000 IU/mL인 분들이었습니다. 이들을 2:1로 나눠 한쪽은 bepirovirsen 300 mg을 주 1회 피하주사로 24주간 맞고, 한쪽은 위약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48주 시점에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끊은 뒤, 72주째에 약 없이도 바이러스가 통제되는지를 봤습니다.
72주째 functional cure—HBV DNA가 검출 한계 아래로 유지되고 HBsAg가 소실되며 구제 치료가 필요 없었던 상태—에 도달한 비율은 B-Well 1에서 20%(127/650), B-Well 2에서 19%(106/570)였습니다. 두 시험 모두 위약군은 0%로, 한 명도 도달하지 못했습니다(둘 다 P<0.001). 같은 설계의 두 시험에서 비슷한 숫자가 재현됐다는 점이 이 결과의 신뢰도를 높입니다.
어떤 환자에게 더 잘 들었나
반응은 모두에게 고르지 않았습니다. 치료를 시작할 때 HBsAg가 낮을수록 functional cure 비율이 높았습니다. 베이스라인 HBsAg가 1,000 IU/mL 이하였던 환자에서는 그 비율이 B-Well 1에서 25%, B-Well 2에서 28%까지 올라갔어요. 표면항원 양 자체가 적을수록 그것을 마저 없애기가 수월했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실제 진료에 그대로 연결됩니다. 오래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 바이러스가 잘 억제되고 HBsAg도 낮아진 환자가, 새 치료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볼 후보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HBsAg가 높은 환자에서는 기대 효과가 더 낮으므로, 모두에게 똑같이 권할 수 있는 약은 아닙니다. 약을 끊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간 효소(ALT)가 오르는 경우가 있어, 중단 시점의 모니터링도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외래에서 어떻게 설명하나
B형간염으로 오래 약을 드시는 분들이 이런 소식을 들으면 "그럼 나도 약을 끊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방향은 분명히 좋아졌지만 아직은 기다려야 하는 단계라고 말씀드립니다. bepirovirsen은 현재 미국·유럽·일본·중국에 허가 신청이 들어간 상태이고, 국내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허가가 나더라도 전체 환자의 20% 안팎, 그것도 HBsAg가 낮은 분에서 효과가 집중된다는 점을 함께 설명해야 오해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할 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복용 중인 항바이러스제를 임의로 끊지 않는 것, 정기적으로 HBV DNA·간수치·HBsAg를 추적하는 것, 간경변·진행 섬유화가 있으면 6개월 간격 간세포암 검진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B형간염은 평생 관리하는 병"이라고만 말씀드렸다면, 이제는 "끊는 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하기 시작했고, 몇 년 안에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새 치료의 적합성은 본인의 HBsAg 수준과 간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관심이 있으면 외래에서 함께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References
- Hou J, Lim SG, Buti M, et al. Phase 3 Results of Bepirovirsen Treatment for Chronic Hepatitis B Virus Infection (B-Well 1 and B-Well 2). N Engl J Med. 2026 May 28. DOI: 10.1056/NEJMoa2515131
- Yuen MF, Lim SG, Plesniak R, et al. Efficacy and Safety of Bepirovirsen in Chronic Hepatitis B Infection (B-Clear, phase 2b). N Engl J Med. 2022;387(21):1957–1968.
- 한국간학회(KASL).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2022.
본 노트는 일반적 의료 정보 제공이며, 진료 결정의 단일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