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면역치료 후 진행한 간세포암 — 2차 약 선택 (lenvatinib · regorafenib · cabozantinib · ramucirum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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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 위 숫자는 각 약의 대표 보고에서 가져온 median OS입니다. lenvatinib·sorafenib은 1차 면역치료 후 사용 7개 retrospective 연구의 메타분석(Peng 2024), cabozantinib·regorafenib은 아시아 phase 2(post atezo+bev 하위군), ramucirumab은 REACH-2 phase 3(AFP ≥ 400, post sorafenib)에서 인용했습니다. 시험 설계와 환자군이 다르기 때문에 막대 길이가 곧 "우열"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1차 약이 안 들으면 다음은 뭐가 있나요"가 왜 답하기 어려운지
외래에서 1차 면역치료가 진행했다는 영상 결과를 함께 보면, 환자분이나 보호자가 가장 먼저 묻는 게 바로 이 질문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이 약입니다"라고 답하기가 어려운 시기예요. 그 배경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2020년 IMbrave150 이후 진행성 간세포암의 1차 표준은 아테졸리주맙 + 베바시주맙(A+B)으로 바뀌었습니다. 2022년 HIMALAYA의 STRIDE 요법(두르발루맙+트레멜리무맙), 2024년 CheckMate 9DW의 니볼루맙+이필리무맙까지 합류하면서, 이제 1차에 면역치료 기반 병용을 받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면역치료를 받고 진행한 다음 2차로 무엇이 좋은지를 직접 확인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아직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2차에 쓰는 약(regorafenib, cabozantinib, ramucirumab, lenvatinib, sorafenib)의 핵심 근거는 모두 1차로 sorafenib을 쓰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2차 선택은 ① sorafenib 시대의 확증 자료, ② 면역치료 시대에 쌓인 실제 진료 데이터(real-world), ③ 소규모 시험을 조합해서 내리는 추정에 가깝습니다.
약마다 어떤 근거가 있는지
후보 약을 하나씩 보면 각자의 자리가 보입니다.
- Lenvatinib과 sorafenib은 실제 진료에서 가장 흔히 선택되고, 그만큼 보고도 많은 약입니다. 1차 A+B 진행 후 둘 중 하나를 받은 7개 연구(총 387명, lenvatinib 255명, sorafenib 132명)를 모은 메타분석에서 lenvatinib의 median OS는 12.4개월, sorafenib은 10.8개월로 둘 사이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습니다(P > 0.05). 다만 median PFS는 lenvatinib 5.2개월 대 sorafenib 2.6개월로, 진행을 늦추는 쪽은 lenvatinib이 일관되게 나았습니다. IMbrave150 코호트의 사후 분석에서도 진행 후 적극적인 치료를 받은 분이 그렇지 못한 분보다 이후 생존이 분명히 길었습니다. 그러니 외래에서 "1차가 잘 안 들어도 2차 약을 쓰면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릴 근거가 됩니다.
- Cabozantinib의 확증 자료(CELESTIAL, NEJM 2018)는 sorafenib을 쓴 뒤 시점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cabozantinib군의 median OS는 10.2개월(위약 8.0개월, HR 0.76)이었죠. 1차 면역치료 후 사용 자료로는 아시아 phase 2(n = 74)에서 median OS 9.9개월, PFS 4.1개월이 보고됐는데, 그중 1차로 A+B를 받았던 하위군의 median OS는 11.8개월로 sorafenib 시대 자료와 거의 같았습니다. 손발 증후군과 피로가 비교적 잦은 편이라, 활동도가 괜찮은 분에게 쓰는 게 유리합니다.
- Regorafenib은 적응증 자체가 "sorafenib을 견딘" 환자로 묶여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RESORCE(Lancet 2017)에서 sorafenib을 견딜 수 있었던 분의 regorafenib군 median OS는 10.6개월(위약 7.8개월, HR 0.63)이었습니다. 1차 면역치료 후 사용으로는 한국 phase 2(n = 40, post A+B)에서 median OS 10.5개월, PFS 3.5개월이 나왔고요. 다만 RESORCE가 "sorafenib을 견딘" 환자만 포함했기 때문에, sorafenib을 한 번도 안 쓰고 처음부터 regorafenib을 고르는 경우는 확증 근거 밖이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 Ramucirumab은 AFP가 400 ng/mL 이상인 환자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REACH-2(Lancet Oncol 2019)가 AFP ≥ 400인 분만 골라 등록한 시험인데, ramucirumab군 median OS 8.5개월(위약 7.3개월, HR 0.71, P = 0.020)을 보였고, AFP가 400 미만이면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1차에서 베바시주맙(항-VEGF)을 이미 쓴 뒤 다시 같은 계열인 ramucirumab을 쓰는 상황의 자료는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AFP ≥ 400이면서 다른 약을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 고려하는 위치가 적절합니다.
- 마지막으로, "어떤 순서가 가장 좋은가"에 대한 답은 아직 없습니다. 일부 시뮬레이션에서 A+B → sorafenib → cabozantinib 순서가 누적 생존이 가장 길었다(약 28개월)고 보고됐지만, 이건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한 모델링이지 실제로 그렇게 설계해 검증한 결과가 아닙니다. 다만 환자분이 3차까지 갈 여지가 있다면 1, 2, 3차에 어떤 약을 어떻게 배치할지를 처음부터 큰 그림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 답을 주는지
EASL 2025 가이드라인(J Hepatol 2025;82(2):315–374)은 "1차 면역치료 병용 후 진행했거나 부작용으로 중단한 환자에서 TKI를 선별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만 권고합니다. 어떤 TKI가 더 나은지는 명시하지 않고 개별 상황에 맡기죠. AASLD 2023 권고도 비슷해서, cabozantinib · regorafenib · ramucirumab(AFP ≥ 400)을 2차 후보로 열거하되 순서의 우선순위까지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지금 외래에서 현실적으로 쓰는 판단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활동도가 좋고 간 기능이 잘 보전된 경우(Child-Pugh A, ECOG 0~1): lenvatinib이나 cabozantinib을 1순위로 봅니다. 둘 다 면역치료 후 자료에서 생존 11~12개월대를 보였고, lenvatinib은 쌓인 자료가 가장 많고 국내 임상의에게 친숙한 반면, cabozantinib은 면역치료 후 사용에 더 부합하는 자료가 있지만 부작용 부담이 조금 큰 편입니다.
- AFP가 400 ng/mL 이상이면서 다른 약을 견디기 어려운 경우: ramucirumab을 고려합니다. 다만 1차에서 베바시주맙을 이미 쓴 경우의 자료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같이 설명드립니다.
- 1차로 STRIDE(두르발루맙+트레멜리무맙)를 받은 경우: 1차에 항-VEGF 노출이 없었던 만큼 lenvatinib·sorafenib뿐 아니라 베바시주맙·ramucirumab까지 선택 폭이 조금 넓습니다. 단 STRIDE 후 2차 자료 자체는 A+B 후보다 더 적습니다.
- Child-Pugh B거나 활동도가 떨어진 경우: 2차 약의 확증 자료는 대부분 Child-Pugh A 환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약 자체보다 합병증 관리와 증상 완화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고, 가족·환자분과 무엇을 우선할지 충분히 이야기 나누는 일이 약 선택보다 앞섭니다.
한국 진료 현장에서
한국에서는 sorafenib, lenvatinib, regorafenib, cabozantinib, ramucirumab이 모두 진행성 간세포암에 쓸 수 있지만, 2차 적응증과 급여 인정 조건이 약마다 다르고, 1차에 면역치료를 받은 경우의 급여 인정도 약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방 전에 1차 치료력과 간 기능, AFP, 동반 질환을 함께 확인하는 일이 꽤 중요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신경 쓰는 건 3차까지의 큰 그림입니다. 예컨대 2차에서 lenvatinib을 쓰면 3차에 regorafenib(RESORCE가 sorafenib 후로 한정돼 근거는 약한 편)이나 cabozantinib을 고려할 수 있고, 2차에서 cabozantinib을 쓰면 3차에 lenvatinib이나 ramucirumab(AFP ≥ 400)을 검토하는 식으로, 한 약을 고를 때 그다음 약까지 같이 그려 둡니다.
정리하면, 1차 면역치료가 듣지 않았더라도 항암치료가 거기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적극적인 2차 치료를 받은 분의 이후 생존이 그렇지 못한 분보다 일관되게 길었다는 보고도 있고요. 다만 "이 약이 제일 낫다"고 단정할 확증 자료가 아직 없다는 점은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다음 단계 옵션은 분명히 있고, 그중 무엇을 고를지는 환자분의 간 기능과 AFP, 1차에 어떤 약을 썼는지를 함께 보고 정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신약·연구 자료가 결국 환자 한 분 한 분의 참여로 만들어진다는 점도 외래에서 가끔 말씀드립니다. 1차 진행 후 옵션을 고민하는 분 중에는 서울대병원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권해 드릴 때도 있는데, 모든 분이 대상이 되는 건 아니고 간 상태와 동반 질환에 따라 적합성을 외래에서 확인합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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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노트는 일반적 의료 정보 제공이며, 진료 결정의 단일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