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 작용제 retatrutide — TRIUMPH-1 3상 체중 결과와 지방간(MASLD)에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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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retatrutide가 이미 보여준 강력한 신호입니다 — 간에 낀 지방 자체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갑니다. 오른쪽은 아직 비어 있는 칸입니다 — 지방이 빠진 것이 곧 간의 염증과 흉터(섬유화)까지 줄였다는 뜻은 아니며, 그 증명에는 간 생검을 평가변수로 한 별도 3상이 필요합니다. 두 칸을 구분해서 읽는 것이 이 약을 정확히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삼중 작용제는 무엇이 다른가
지난 몇 년 사이 지방간(MASLD)·지방간염(MASH) 영역의 약은 "호르몬 수용체를 몇 개 건드리느냐"로 세대가 갈려 왔습니다. semaglutide(세마글루타이드, 위고비)는 GLP-1 한 가지에, tirzepatide(터제파타이드, 마운자로)는 GIP와 GLP-1 두 가지에, survodutide(서보두타이드)는 GLP-1과 글루카곤 두 가지에 작용합니다. 이번 retatrutide(레타트루타이드)는 GIP·GLP-1·글루카곤 세 가지 수용체에 한꺼번에 작용하는 "삼중 작용제"예요. 지금 임상 단계에 있는 대사약 중에서는 가장 넓게 작동하는 분자에 속합니다(개발사 Eli Lilly, 주 1회 피하주사).
이 중에서 간을 보는 입장에서는 글루카곤에 같이 작용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글루카곤은 간에서 지방산 산화(지방을 태우는 과정)와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식욕 억제·체중 감량(GLP-1)에 이 작용이 더해지면 간에 낀 지방을 좀 더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장 강력한 MASH 약으로 여겨지던 resmetirom(레스메티롬)이 갑상선호르몬 수용체-β를 통해 간 지방을 줄이는 것과는 작동 경로 자체가 다릅니다.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정리하면
먼저, 간 지방을 줄이는 능력은 앞서 발표된 phase 2a에서 이미 분명하게 확인됐습니다. 지방간을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위연구(Sanyal 등, Nat Med 2024, 98명)에서 48주째 간 지방(MRI-PDFF로 측정)이 12 mg군에서 평균 −86.0%, 8 mg군에서 −81.7% 줄었습니다(위약은 오히려 +4.6%). 12 mg군의 93%, 8 mg군의 89%에서 간 지방이 5% 미만으로 정상화됐고요(위약 0%). 이만큼의 간 지방 감소는 지금까지 약으로 보고된 것 중에서도 가장 큰 축에 듭니다. 다만 MRI-PDFF는 "지방이 얼마나 끼었나"를 보는 대리 지표이지, 간의 염증이나 흉터를 직접 들여다보는 지표는 아닙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것은 비만 3상 TRIUMPH-1의 topline 결과(2026년 5월)입니다. 체중 감량 자체는 매우 강력했습니다. 당뇨가 없는 비만·과체중 성인 2,339명에서 80주째 평균 체중 감량이 용량에 따라 약 19%(4 mg)에서 28%(12 mg)까지였고, 시작 BMI가 35 이상이면서 치료를 끝까지 유지한 분들에서는 104주째 최대 30% 안팎까지 보고됐습니다. 다만 이 시험은 체중을 보는 시험이라 간 생검은 포함되지 않았고, 지금 공개된 것도 회사의 topline 발표일 뿐 동료심사를 거친 정식 논문은 아닙니다. 정식 데이터와 학회 발표는 뒤이어 나올 예정입니다.
그래서 정작 간에서 가장 중요한 칸은 아직 비어 있습니다. 환자의 장기 예후(간경변·간세포암·간 관련 사망)를 좌우하는 것은 지방의 양이 아니라 간 염증이 가라앉고 섬유화가 호전되느냐인데, 이건 간 생검을 잣대로 삼는 시험으로만 증명할 수 있습니다. retatrutide도 진행성 MASH 환자에서 간 생검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별도 3상이 돌아가고 있지만, 아직 그 결과는 나오지 않았어요. 정리하면, 지금 retatrutide의 간 근거는 "지방은 아주 잘 뺀다"까지이고 "흉터를 되돌린다"는 칸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방이 빠졌다"와 "간이 좋아졌다"는 같은 말일까
비슷하게 들리지만 같은 말은 아닙니다. 지방만 낀 단순지방간 단계라면 지방이 빠지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지방간염(MASH)으로 넘어가 염증과 흉터(섬유화)가 자리 잡은 단계에서는 지방을 빼는 일과 흉터를 줄이는 일이 서로 다른 과제가 됩니다. 실제로 앞선 약들에서도 간 지방이 줄어든 폭과 섬유화가 좋아진 폭이 늘 비례하지는 않았어요. retatrutide의 −86%라는 숫자가 인상적인 건 맞지만, 그건 "지방 칸"의 성적이고, 환자의 장기 예후를 바꾸는 "섬유화 칸"의 성적은 아직 채점 전이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TRIUMPH-1은 어디까지나 비만을 본 시험입니다. 체중이 빠지면 간도 대체로 좋아지는 게 보통이지만, 체중이 줄었다는 사실이 곧 간 전용 적응증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EASO 2026 약물치료 프레임워크도 "MASH 관해"와 "섬유화 개선"을 따로 떼어 평가했는데, retatrutide 역시 비만·지방·MASH·섬유화를 각각 다른 근거로 따져봐야 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외래에서 받는 질문들
이 주제는 외래에서도 질문을 꽤 받습니다. 자주 듣는 세 가지에 제가 보통 어떻게 답하는지 적어둡니다.
"이 약을 쓰면 지방간이 낫나요?" 간에 낀 지방을 줄이는 능력만 보면 지금까지 나온 약 중 가장 강력한 축에 듭니다. 다만 아직 임상시험 단계의 약이라 어느 나라에서도 승인되지 않았고, 한국에서도 처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방이 빠진다"와 "간의 흉터가 줄어 오래 산다"는 아직 같은 수준의 근거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지금 지방간이 있으면 무엇부터 하나요?" 어떤 약이 나오든 토대는 같습니다. 7~10% 정도의 체중 감량, 술 절제, 당뇨·이상지질혈증·혈압 관리, 그리고 섬유화가 의심되면 비침습 검사(섬유화 스캔·혈액 지표)로 단계를 확인하는 것이죠. 이미 승인된 약으로는 진행성 섬유화(F2~F3)에서 resmetirom을, 비만을 같이 가진 경우 GLP-1 계열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언제 쓸 수 있나요?" retatrutide는 비만 3상이 이제 막 읽히기 시작한 단계라, 간 전용 적응증까지 가려면 별도 3상 결과와 각국 허가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수년 단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안내드리는 편이 정확합니다. 비만 약(semaglutide·tirzepatide)은 한국에서 비만 적응증으로 쓸 수 있지만, MASH 단독 적응증의 보험 급여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retatrutide는 간 지방을 빼는 능력만으로는 지금 나와 있는 후보 가운데 가장 앞선 축에 듭니다. 다만 섬유화를 되돌린다는 칸은 아직 비어 있고, 비만 3상도 정식 논문이 나오기 전이라, "지방 칸은 최상위권, 섬유화 칸은 미정"이라는 두 칸을 나눠 보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정확한 이해입니다. 그래서 당장 외래에서 처방이 바뀌는 건 아니고, 다만 "강력한 후보가 한 걸음 더 왔고 곧 더 중요한 자료가 나온다"고 말씀드릴 수 있게 된 정도의 진전입니다. 이런 자료가 결국 환자 한 분 한 분의 참여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진행성 MASH나 간경변을 가진 분 중에는 서울대병원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권해드릴 때도 있는데, 모든 분이 대상이 되는 건 아니고 간 상태와 동반 질환에 따라 외래에서 적합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References
- Sanyal AJ, et al. Triple hormone receptor agonist retatrutide for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a randomized phase 2a trial. Nat Med. 2024. DOI
- Jastreboff AM, Kaplan LM, Frías JP, et al. Triple-hormone-receptor agonist retatrutide for obesity — a phase 2 trial. N Engl J Med. 2023;389(6):514–526.
- Eli Lilly and Company. Lilly's triple agonist retatrutide delivered powerful weight loss in pivotal phase 3 obesity trial (TRIUMPH-1) — topline results (press release). May 2026.
- Sanyal AJ, Newsome PN, Kliers I, et al. Phase 3 trial of semaglutide in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ESSENCE). N Engl J Med. 2025;392(21):1957–1968.
- 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he Liver (EASL), EASD, EASO. EASL-EASD-EASO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on the management of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 J Hepatol. 2024;81(3):492–542.
본 노트는 일반적 의료 정보 제공이며, 진료 결정의 단일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